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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기자 일 하며 성취감 느껴”


김동현 휴먼에이드포스트 대표가 24일 영등포구 양평동 사무실에서 인터넷신문 <휴먼에이드포스트>의 자매지인 월간지 <휴먼에이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위한 ‘쉬운말뉴스’ 제작 뒤 기자 하고 싶다는 말 듣고 신문 만들어 “집중력 뛰어나고 프로다운 솜씨 갖춰” 4월부터 고교 청소년에게 미디어교육

“발달장애인이 기사를 쓴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의아하게 여겼습니다. 비장애인도 쉽지 않은 일이고, 더구나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게 발달장애인의 가장 큰 단점인데 어떻게 가능하겠냐는 것이죠.”

김동현(53) <휴먼에이드포스트> 대표는 사회의 이런 시선은 편견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3월24일 영등포구 양평동 휴먼에이드포스트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발달장애인은 자신이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대상에 대해 집중력이 뛰어나다”며 “발달장애인 기자들은 프로답게 능숙한 솜씨를 갖췄고, 기사를 쓰면서 즐겁게 일한다”고 강조했다.

<휴먼에이드포스트>(humanaidpost.com)는 발달장애인 기자와 비장애인 기자가 함께 만드는 인터넷신문으로 2017년 8월 창간했다. 발달장애인 기자 5명, 발달장애인 그림작가 5명, 비장애인 기자와 직원 등 모두 15명이 일하고 있다. 김 대표가 휴먼에이드포스트를 만든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경제 전문 인터넷신문 <프라임경제> 편집국장이기도 한 김 대표는 2015년 11월 장애인 관련 행사에 참여했다가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쉽게 만든 책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발달장애인들도 이해하기 쉬운 기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 대표는 2016년 6월부터 발달장애인과 함께 발달장애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말뉴스’를 만들었다. “처음부터 감수 활동을 한 발달장애인에게 시급 1만원을 지급했는데 인기가 좋았죠.” 쉬운말뉴스는 발달장애인(감수위원), 특수학교 교사, 비장애인 학생(자원봉사자), 기자 출신 경력단절 여성(봉사코치) 등이 함께 만든다. 봉사코치가 정부부처,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주요 기업 등에서 나오는 보도자료 중에서 꼭 필요한 내용을 선별하면 미디어 교육을 받은 자원봉사자가 요약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편집본을 특수학교 교사와 발달장애인 감수위원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는 없는지 쉽게 풀어 써야 할 단어는 없는지 확인한다. 김 대표는 “쉬운말뉴스는 초등학교 2~3학년 정도면 이해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으로 구성한다”며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나 수화처럼 발달장애인이나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가정 구성원 등을 위해 쉬운 말로 된 뉴스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하루는 한 발달장애인이 ‘나도 기자 하면 안 되냐’고 하더라고요.” 쉬운말뉴스 감수를 맡은 장애인의 말에 김 대표는 “그럼 해보자”며 휴먼에이드포스트를 창간했다. 김 대표는 제조업이나 서비스업도 발달장애인에게 중요한 일자리지만, 이들이 소통할 수 있는 미디어 영역에서 일하는 것은 의미가 더 크다고 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나가는 미디어 콘텐츠가 다른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면 더 잘하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돈까지 벌면 그 어떤 것보다 즐겁고 중요한 일이 되죠.” 김 대표는 “발달장애인들에게 미디어 일자리는 매우 필요하고 잘 어울린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사진을 찍고, 자료를 찾고, 영상을 만들고, 글을 쓰게 하면 누구보다 잘해낼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발달장애인들은 나이가 들수록 스스로 타인과 접촉을 끊고 내면으로 숨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미디어교육과 미디어 관련 일을 통해서 타인과 소통 능력을 키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사회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자존감을 높이면 비장애인 못지않은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하려면 발달장애인이 어릴 때부터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미디어 교육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휴먼에이드포스트는 4월부터 영등포구에 있는 관악고의 요청으로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진로탐색·진로체험활동 프로그램으로 미디어교실을 운영한다. 휴먼에이드포스트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취업과 연계한 현장실습도 함께 진행한다. 미디어교실은 주 1회 기사 쓰기, 보도용 사진 찍기, 칼럼 쓰기 등을 가르친다. 미디어교실을 통해 만든 기사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 게재된다. “직원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일감을 찾아 뛰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회사 형편이 무척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돈이 안 되는’ 쉬운말뉴스 제작과 휴먼에이드포스트를 운영하면서 빚도 많이 졌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발달장애인 기자가 10명이 넘었으나 지금은 5명으로 줄었고, 비장애인 기자와 직원도 15명에서 5명으로 줄었다. 김 대표는 어려운 경영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친환경 종이·생분해제품 생산과 판매, 발달장애인 작가의 그림을 인쇄한 티셔츠 판매, 쇼핑몰 운영, 후원기업 모집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6월부터 100% 천연 종이 물티슈를 생산해 판매할 예정인데 포장지에 발달장애인 그림작가가 그린, 환경보호를 상징하는 북극곰과 펭귄 등을 인쇄해 공익적 가치를 더 돋보이게 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유명 편의점과 커피 전문 체인점에 납품하기 위해 국내 최고 수준의 품질로 만들고 있다”며 “기업이나 공공기관에도 종이 물티슈를 팔아 재원을 마련하면 더 많은 발달장애인을 채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휴먼에이드포스트는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지구를 살리기’ 캠페인으로 북극곰 그리기 공모전도 한다. 이달 30일까지 접수된 그림을 모아 전시회도 계획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기자와 그림작가의 활동을 더 활발히 하고 싶고, 방송리포터와 앵커로 활동하는 발달장애인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김 대표는 “온라인 그림 전시관 휴먼에이드뮤지엄을 만들어 전세계 발달장애인이 만든 다양한 콘텐츠가 어우러지는 흥미로운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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