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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EP2022] 코로나시대 ‘가까워지기(Getting Close)’의 소중함 일깨운 ‘특별한 전시회’ 막 내리다.

‘붓으로 틀을 깨다’ 모토로 편견의 벽 허문 발달장애 아티스트 특별전 유엔 미디어섹션서 ‘지속가능개발목표’ 지원 위해 한달 일정 심층취재 정치권과 언론도 관심 집중…전시회 성공에 여러 기관·기업 힘 보태





2021년 7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깜짝 고백을 했다.


자신이 발달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Asperger)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당시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발달장애에 대한 관심이 끓어올랐다.

자폐증부터 다운증후군, 과잉행동증후군(ADHD), 난독증 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발달장애는 국내 등록 장애인이 27만여명에 달하고 그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사회의 이해와 배려다. 한국발달장애인미술연합회 김경희 회장은 “대부분의 발달장애인은 ‘약간의 차이’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맞는 환경을 갖춰주면 비장애인들보다도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편견의 틀을 깨고 심리적 거리를 좁히려는 ‘1인치의 관심’이 필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발달장애를 안고 있는 권한솔 작가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한국발달장애인미술연합회 김경희 회장과 아들 권한솔 작가. 오른쪽은 권 작가의 작품들이다. 그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홀로 남게 될 아들이 자립해서 작품활동을 계속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가 같은 처지인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해주는 예술작품 렌털업체 ‘아트림’을 세웠다. 그들의 작품으로 ‘시민과 함께 하는 아트림 전시회’를 기획해 경기도 부천시 지하철 7호선 신중동역사에서 10년째 개최하고 있다. 예술을 통해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한발 더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이었다. 전시회가 해를 거듭하면서 공감의 반응이 서서히 물결치기 시작했다. 많은 시민들이 전시회 방명록에 감상을 남겼다. 그 중에는 “자살하러 나가던 길이었는데 그림을 보고 용기를 얻어 다시 살아보기로 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지난 2018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발달장애 아티스트 중 맏언니 격인 박혜신 작가를 청와대로 초청해 사연을 경청하고 아트림 전시작품을 청와대 영빈관에 전시토록 배려했다. 이처럼 진정어린 반응을 확인한 김 회장은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본격 전시를 추진하게 됐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2020년 9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유럽연합(EU)의 발달장애 아티스트와 교류전 형태로 전시회를 개최하는데 성공했다. ‘예술문화교류프로젝트(ACEP; Arts and Culture Exchange Project)’라는 전시회 명칭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가 힘겹게 시작한 첫 걸음은 지구촌에 메아리를 일으켰다. 그해 12월2일 유엔(UN)이 공식웹사이트에 전시회 동영상을 업로드하면서 세계 각국의 장애인 정책 당국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주목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을 개최해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도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성공시킨 비채아트뮤지엄이 김 회장의 손을 맞잡았다. 첫 전시의 바통을 이어 2022년 1월8일부터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ACEP2022 한국 발달장애 아티스트 특별 초대전’이 개최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유엔이 현지 취재를 결정했다.

박준 PD가 지난 1월19일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달 일정으로 방한한 박 PD는 출품 작가들의 집을 찾아가 이틀씩 함께 지내면서 그들의 작품세계를 심층취재했다. 유엔 비디오·뉴스앤미디어 섹션 소속 박준 PD는 코로나 방역을 위한 자가격리의 불편을 감수하고 전시회 기간 포함 한 달 일정으로 방한, 출품 작가들과 여러 날을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의 작품 구상과 창작 과정을 취재했다. 박 PD는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17개 과제가 모두 궁극적 단계에서 장애인 정책으로 수렴된다는 점에서 한국에서 열리는 발달장애 아티스트 특별전과 이를 가능하게 한 사회적 환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국내 언론들도 발달장애 작가들의 독립적인 작품활동 기반 조성과 차별 해소를 위해 유료관람으로 진행된 이번 ACEP2022 특별전이 갖는 의미를 집중 조명하면서 관심을 보였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전시회에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전시회 개막 하루 전인 1월7일 열린 프리뷰 행사에 깜짝 방문해 작가들로부터 작품 설명을 듣고 작품활동의 애로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였다.

ACEP2022 전시회 개막 전날 열린 프리뷰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작가들을 만나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개막 당일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전시회장을 방문해 작가들과 대화를 나눈 뒤 장애예술가 지원을 위한 정책공약을 발표했다.

ACEP2022 전시회 개막일인 1월8일 오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전시회장을 찾아 작가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기까지 여러 기관과 기업이 합심협력해 뒷받침했다. 매경미디어그룹과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장애인을 위한 미디어 홍보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휴먼에이드포스트가 특별전 공동주최에 나섰다. 매경미디어그룹 매경비즈와 비채아트뮤지엄이 공동주관을 맡았다. 대한적십자사와 숭실대학교, 한국발달장애인미술연합회, 아트림, 레벤북스, 휴먼에이드, SK아이테크놀로지, 국민이주, BBQ, 진학사 등이 후원했다.

ACEP2022 발달장애 아티스트 특별전 개막 하루 전날인 1월7일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 프리뷰 행사에서 출품 작가들과 주최, 주관사 관계자들이 손가락 하트를 그리며 전시회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전시회 종료를 이틀 앞둔 지난 1월21일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가톨릭 성바오로 수도회 계열의 신생 출판사로 전시회 후원에 참여한 레벤북스가 회원 250여명에게 전시회 티켓을 증정하고 초청 관람 이벤트를 연 것이다. 레벤북스 편집장인 김동주 수사는 이날 행사에서 “발달장애 작가들과 부모님들은 오직 사랑의 힘만으로 ‘약간의 다름’에서 발생하는 고통과 싸워야 한다”면서 “그분들이 보여주는 숭고한 사랑의 실천에 감사드리고 레벤북스가 출판사업을 통해 추구하는 생명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이 자리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ACEP2022 특별전을 기획, 주관한 전수미 비채아트뮤지엄 관장은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만나게 된 작가들의 맑고 순수한 영혼을 통해 내 자신을 돌아봤다.”“신앙 속에서 진실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데 가공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반성하는 시간이 됐다.”고 토로했다. 비채아트뮤지엄 최설아 큐레이터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된 현실 속에서 전시회의 부제를 ‘가까워지기(Getting Close)’로 정한 것은 이번 특별전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물론 모든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심리적 거리감을 해소하자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ACEP 전시회가 진행되던 1월21일 최원우 작가가 가톨릭 성바오로 수도회 계열 레벤북스 회원들에게 자신의 작품 `낭만의 거리`를 설명하고 있다.(왼쪽) 전시회 주관사인 비채아트뮤지엄 최설아 큐레이터가 김다혜 작가의 작품 `Dream(꿈)`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전시회를 찾은 레벤북스 회원 윤모씨는 “별 생각 없이 전시장을 찾았는데 발달장애 작가들이 비장애인보다도 완성도가 높고 마음에 와 닿는 그림을 그렸다는데 진심으로 놀랐고, 그동안 장애에 대해 막연한 편견을 가졌던 게 부끄럽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회원 정모씨는 “몇몇 작가들의 그림에서는 오히려 비장애인들보다도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상상력을 볼 수 있었다”“작가들이 과감하게 사용한 밝은 색감에서 커다란 정서적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회원 김모씨는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이 아크릴 뿐만 아니라 테이프, 마카펜, 수채화 등 다양한 재료를 창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에 놀랐고 발달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됐다”“오늘 전시회를 같이 관람한 회원들과 즐겁게 소통하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열정의 선물을 받고 간다.”며 감격을 표했다. 글=이창훈기자/사진·영상=손성봉·김정혁연구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